Ⅰ. 머리말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성장은 우리와 비슷하거나 앞서 산업화를 시작한 멕시코, 브라질, 대만 등 남미와 아시아의 후발국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남미나 아시아 후발 자동차 국가중 부품의 90% 이상을 국산화하고 있는 예는 찾아 볼 수 없다. 다른 후발국들이 자동차 산업화에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성공은 극히 예외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간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품산업의 기술능력 수준은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크게 뒤떨어진다. 우리 나라의 성공은 후발국과 비교한 상대적인 의미일 뿐이고 후진성을 완전히 극복한 것은 결코 아니다. 본 논문에서는 이처럼 한편으로는 후발국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양면성을 보이는 자동차산업의 기술능력 발전을 산업조직적 관점에서 평가하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는 조립산업과 부품산업이 부품거래를 통해 체계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조직적 특성에 주목하여 부품공급시스템(supplier system)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한다. 부품공급시스템은 부품생산과 공급을 둘러싼 완성차 조립업체(이하 조립업체)와 부품업체간의 거래관계와 부품산업의 구조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자작이냐 구매냐’(make or buy), 외주시 거래형태, 거래의 지속성, 협력방법에 관한 조립업체의 전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조립업체의 부품조달전략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에 관한 정부의 산업정책, 부품공급시스템과 보완성을 갖는 기업시스템, 나아가 사회문화적 요인으로부터도 영향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