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두뇌를 깨우세요’ 간단한 퍼즐이나 숫자를 맞추는 등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대용 게임
기 닌텐도 DS. 리모컨을 들고 화면 속 시뮬레이션에 따라 직접 몸을 움직이며 스포츠처럼 즐길 수 있는 온가족용 게임기 Wii. 이 제품들은 단순히 오락적인 기능만을 추구하던 기존의 게임기와는 전혀 다른 게임기로, 2004년(닌텐도 DS), 2006년(닌텐도 Wii) 발매 이후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전세계인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닌텐도 DS는 현재까지 1억 개 이상, Wii는 5000만 대 이상 팔렸다. 이 게임기들을 내 놓은 회사는 일본의 유명한 게임 개발 업체 닌텐도다. 2000년대 초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의 공세로 위기에 빠졌던 닌텐도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2008년 닌텐도의 매출은 1조 8200억 엔(약 23조 원), 영업이익은 5300억 엔(약 7조 원)으로 모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하며 경쟁사인 소니(영업이익률 -10%), 마이크로소프트(영업이익률 5.2%)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임기의 패러다임을 바꾼 닌텐도 DS, 닌텐도 Wii의 대박으로 불황에도 승승장구한 닌텐도. 여기서 모두가 궁금해 하는 하나의 질문이 나온다. 거대기업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물리친 그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닌텐도의 성공 비결, 그것은 120년의 창업 역사 속에 숨어 있다. 닌텐도의 4가지 성공비결은 ‘업의 본질, 고객확대, 리더십, 인재’라고 꼽을 수 있다. 1탄에서는 업의 본질과 고객확대를 먼저 살펴보자.

성공의 비밀 1) 본질에 충실하면 위기도 물러간다
닌텐도는 창업한 지 120년 역사의 장수기업이다. 조금 안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창업 당시 닌텐도가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은 화투•카드 사업이었다. 창업자 야마모토 후사지로는 1889년 일본의 전통놀이에서 모티브를 따 화투라는 게임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는다. 화투는 야쿠자의 도박 도구로 큰 인기를 얻으며 전국으로 퍼졌다. 화투 사업이 성공하자 트럼프 카드로도 사업을 확장해 일본의 대표적인 화투•카드 제조회사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 첫 번째 위기: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의 함정에 빠지다
닌텐도는 1960년 오사카 증권거래소 2부에 상장됐다. 순조롭게 성장하던 닌텐도는 사업 확장을 모색한다. 화투• 카드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 처음으로 확장한 사업은 한끼용 즉석쌀밥이었다. 지금은 일반적인 상품이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마음이 앞서간 탓일까? 이 사업은 실패하고 만다. 즉석쌀밥에서 가장 중요한 밥맛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모텔 사업, 복사기 사업, 택시 사업 등 다양한 신 사업에 진출하지만 모두 실패. 상장 이후 야심 차게 시도했던 사업이 모두 실패하자 닌텐도의 주가는 980엔에서 60엔까지 떨어지고 만다. 여기서 닌텐도의 고민이 시작됐다. ‘과연 닌텐도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닌텐도 사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때 다 함께 즐길 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19세기 말 화투•카드라는 놀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재미를 제공했던 그 기억을 떠올렸다. 오락을 주된 업으로 하고 사람들에게 재미를 제공했을 때는 성공했던 반면 그렇지 않은 사업들은 모두 실패했다. 여기서 얻은 결론, 바로 닌텐도의 업은 ‘오락’이고 업의 핵심은 ‘재미’라는 것이다. 그 즉시 업의 본질을 ‘재미있는 일을 추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가 담긴 ‘오락원리주의(娛樂原理主意)’로 정하고, ‘앞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오락 이외의 사업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결심한다.

오락원리주의를 업의 본질로 정한 닌텐도가 차세대 사업으로 무엇을 선택했을까? 그것은 완구였다. 무조건 재미있는 완구를 만들기로 한 닌텐도는 1966년 ‘울트라 핸드’라는 제품을 출시한다. 그것은 <형사 가제트>의 팔처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집게형 완구로, 출시되자마자 무려 120만 개나 팔렸다. 이 기세를 타고 ‘울트라 머신’, ‘울트라 스코프’ 등 신제품을 연이어 히트시킨다. 

▶ 두 번째 위기: 오일쇼크로 인한 경기 불황에 직면하다
완구회사로 변신에 성공한 닌텐도에게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1974년에 일어난 오일쇼크다. 오일쇼크로 인한 불황이 사람들로 하여금 완구 등의 소비재에 지갑을 닫게 만든 것이다. 닌텐도에 닥친 2차 위기 극복 방법 역시 오락원리주의에 숨어 있다. 완구 사업으로 더 이상 힘들 것으로 판단한 닌텐도. 사업 전환의 힌트를 당시 미국에서 대히트 쳤던 아타리(Atari)사의 TV 게임기 퐁(Pong)에서 얻는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도구가 화투→완구→TV게임으로 넘어가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닌텐도는 TV게임을 만들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전자회사 미쓰비시 사와 제휴하고 TV게임 생산 체제에 돌입한다. 1977년 6가지 광점을 이용한 ‘컬러TV 게임6’을 내놓으며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진출했다. 이 제품은 100만 대의 판매를 기록한다. 이후 ‘게임&워치(1980년)’, ‘패미콤(1983년)’, ‘게임보이(1989년)’, ‘슈퍼 패미콤(1990년)’을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성장한다. 그 결과 1980년부터 1990년까지 10년 사이 닌텐도의 매출은 28배 성장했다. 1991년에는 일본경제신문사가 선정하는 일본 우량 기업 순위에서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 세 번째 위기: 거대 글로벌 기업과의 싸움에서 고전하다
그런데 1990년 대에 이르자 잘 나가던 닌텐도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바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들이다. 막대한 자금과 기술력을 가진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장은 단숨에 가정용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게임 시장에 실감나는 그래픽과 다양한 기능 등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술 경쟁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자금력이나 기술력에서 어디 하나 나을 게 없는 닌텐도에게 다시 위기가 닥치기 시작한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는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닌텐도는 소니와 MS가 주도하는 시장 구도에서 점점 뒤처졌다. 2000년 대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 졌고 한 때 MS의 닌텐도 인수설이 나돌기도 했다. 또 다시 위기에 빠진 닌텐도. 닌텐도는 다시 업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의 업의 본질은 오락에 기반한 재미다. 그런데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게임은 재미있는 게임인가?’ 게임의 재미보다는 게임기의 다기능화, 그래픽의 성능에만 신경 쓰는 게임 시장의 한계를 발견한 닌텐도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이번에 닌텐도가 선택한 길은 게임을 하지 않는 고객층에게도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 그 동안 게임 시장의 주요 고객은 10대 청소년이 대부분이었다. 성인층은 게임 시장에서 배제돼 있었다. 닌텐도는 게임에 재미를 못 느끼는 성인층을 고객 타겟으로 잡고 신제품 개발에 몰두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닌텐도 DS, Wii는 출시되자마자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사로잡았다. 두뇌 게임 등 재미뿐 아니라 교육적 기능까지 더한 닌텐도 DS와 몸을 움직이며 운동 기능을 추가한 닌텐도 Wii는 그 동안 유치하다고 게임을 외면했던 성인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소니, MS에 잠시 빼앗겼던 시장 점유율은 금새 회복했고 현재 게임 업계 No.1 자리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 게임기와 같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오락 사업은 ‘재미’가 핵심이다. 기능이 많고 그래픽이 화려한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닌텐도는 이러한 오락 사업의 본질을 간파해 수 많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성공의 비밀 2) 기능의 컨버전스로 고객층을 넓히다.
그럼 닌텐도는 어떤 방법으로 닌텐도 DS, Wii와 같은 제품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닌텐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창의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닌텐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제품 개발의 원칙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컨버전스(Convergence: 융합)이다. 

컨버전스란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의 제품에 합쳐지는 것을 말한다. 최근 전자업계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휴대전화에 전화 기능뿐 아니라 DMB, 카메라, MP3 등 여러 기능을 융합해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닌텐도는 컨버전스 개념을 어떻게 제품 개발에 이용하고 있을까?

우선 닌텐도는 성인층이 왜 게임을 하지 않는지 분석했다. 그 원인을 대략 4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게임기 조작이 어렵다. 둘째, 사용 방법이 복잡하다. 셋째, 성인에게 맞는 소프트웨어가 없다. 마지막으로 혼자서만 놀 수 있다. 닌텐도는 성인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 문제점들을 컨버전스를 통해 해결했다.

첫째, 게임기 조작이 어려운 점은 익숙한 제품과 게임을 조합하면서 해결했다. Wii의 컨트롤러는 성인에게 익숙한 TV 리모콘에서 아이디어를, 올라가서 요가 등 간단한 체조를 할 수 있는 Wii 밸런스보드는 체중계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 진 제품이다.

둘째, 사용 방법이 복잡한 점은 게임 실행과 사용법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해결했다. 닌텐도 DS는 Double Screen의 약자다. 두 화면이 있는 닌텐도 DS는 한 화면에서 사용법을 보여주고 다른 화면에서 터치 스크린으로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 셋째, 성인에게 맞는 소프트웨어는 게임에 학습 기능, 취미, 운동을 조합해서 실현시켰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가 애완동물을 사육하는 ‘닌텐독스’, ‘DS 두뇌 트레이닝’, ‘DS 영어 삼매경’,  ‘Wii스포츠’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혼자서만 놀아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닌텐도 Wii 스포츠 등은 조작하는 컨트롤러만 몇 개 추가하면 여럿이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컨버전스를 통한 제품 개발이 최근 들어 이루어진 것일까? 아니다. 닌텐도는 카드 사업 시절부터 컨버전스를 통해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해 왔다. 일반적인 트럼프 카드에 디즈니 캐릭터를 결합해 고객층을 어른에서 아이로 확대했으며 전자 계산기와 게임기를 조합해 게임&워치라는 일본 최초의 휴대용 게임기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컨버전스는 닌텐도 제품 개발의 원칙이며 이는 고객 확대와도 연결된다.

자사만의 원칙으로 세계를 평정하다
닌텐도는 120년 역사 동안 수많은 위기에 봉착했다. 심각한 불황이 오기도 했고 강력한 경쟁사가 출현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쉽게 무너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닌텐도는 달랐다. ‘재미’라는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매번 닌텐도를 구했다. 업의 본질에 충실한 동시에 끊임 없이 주변을 탐구하면서 어울리지 않을 것들을 조합하면서 혁신적인 제품을 세상에 내 놓았다.

당신 기업은 업의 본질과 제품 개발에 어떠한 원칙을 정해 놓고 있는가? 그러한 원칙들이 위기에서 기업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