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김정훈 기자] 네이버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정부, 각계 대형언론사를 비롯해 중소업체들까지 네이버를 비난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터넷 검색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광고주와 콘텐츠 제공자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린다거나 신생 벤처의 아이디어를 베껴 벤처 생태계 발전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는 부동산114, 부동산1번지 등 부동산 정보업체들로부터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 유통에 뛰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했다고 비판받고 있고, 오픈마켓 업체와도 쇼핑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을 빚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벤처업계는 네이버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보다 ‘벤처 베끼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형언론사들도 네이버 때리기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지난 7월 11일~22일 5차례에 걸쳐 ‘온라인 문어발 재벌 네이버’라는 제목으로 네이버의 무차별 사업 확장을 비판했다. 조선일보 11일 기사에는 “네이버가 급성장한 건 독과점 파워를 이용한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 때문”이라며, “부동산중개, 주식, 레저와 문화관련 사업에 차례로 뛰어들며 강력한 마케팅과 저가 전략을 바탕으로 기존 영세업체들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창조경제 발목 잡는 공룡 네이버’란 제목의 기획기사서 네이버를 ‘벤처 아이디어의 포식자’로 비유하며,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가 메마른 것은 창업에 나선 젊은 기업가들의 아이디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뒤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아 새싹을 고사시키는 네이버 때문”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아시아 투데이가 매일경제 7월 30일자 신문에 올린 광고. 언론사가 다른 언론사에 광고를 싣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투데이는 네이버 검색권력을 비판하는 내용의 광고를 지난 7월 30일자 매일경제에 1면 하단에 싣기도 했다. 이 광고에서 아시아투데이는 메일과 전화까지 공개하며 네이버의 반사회적 행태를 제보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시아투데이는 해당 광고에서 “‘검색권력’ 네이버의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었다. 국민 여러분께서 이제는 회초리를 들 때”라고 운을 띄우며 “네이버의 ‘반사회적’ 행태를 알리고자 아시아투데이가 앞장섰다”며 광고를 낸 배경을 밝혔다.
이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도 네이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대형포털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온라인에서 불공정 생태계가 조성됐다고 판단, 관련법 입법을 앞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7월 23일 ‘공정과 상생의 인터넷 사업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날 타켓은 사실상 네이버였다. 간담회에 참여한 중소업체들은 하나같이 네이버에 당한 피해 사례를 호소했고 의원들은 네이버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꼬집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이구범 부동산 114 대표는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본 대표적 업종이 부동산 중개업”이라며, “해외에 어떤 포털회사도 네이버나 다음처럼 부동산 매물을 직접 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회사는 허위 매물을 리스팅 하고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없어서 본인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포털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전문 회사와 제휴를 할 것인지, 모든 걸 포털 내에서 독점으로 할 것이냐의 선택이다. 그 회사의 경영철학 문제지 업체의 허위 매물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동산114는 네이버가 이 사업에 뛰어든 2009년부터 연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9년 183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8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 대표는 “미국 야후는 진로 닷컴이라는 전문 부동산 업체와 제휴해서 야후 부동산 섹션을 관리한다. 해외에 좋은 사례가 있기에 우리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음이 운영하는 다음부동산 섹션에서 분양정보 섹션을 우리가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대신, 다음이 개발한 지도를 무료로 받아 우리 사이트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공생의 비즈니스 모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승 컴닥터119 대표도 “컴닥터는 ‘컴닥터’와 관련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컴닥터’라는 검색어로 다른 업체도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매출이 급감했다”며, “돈을 많이 내는 업체의 검색 순위를 올려주다 보니 이용자들이 컴닥터를 검색하면 ‘원조’ 컴닥터는 검색어순위 1~10위에 끼이지도 못하고 전부 짝퉁만 나오게 된다”며 네이버에 강한불만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헌 NHN 대표는 “수익을 위한 사업이라기보다는 검색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모든 사업을 다 하겠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개선해야 할 점은 바꿔나가겠다”고 적극 해명했다.
네이버, 상생방안 발표에도 반응은 ‘냉냉’
네이버는 현재 웹소설, 웹툰, 음원, 영화, 부동산 정보, 가격 비교, 오픈마켓, 증권 등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이러한 문어발식 영역 확장이 자칫 인터넷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전문가는 “인터넷이란 것이 전 세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갖고 있는데, 네이버는 모든 것을 네이버 안에서 해결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구글은 이용자들이 구글 검색을 통해 해당 사이트로 얼마나 빨리 이동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올라간다.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90%에 이르는 검색 점유율을 지녔지만 구글 때문에 인터넷업체가 죽어간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네이버와의 극명한 차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측 관계자는 “네이버는 정보 유통이 본업인 업체다. 가장 좋은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줘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며, “자체 서비스와 외부 서비스를 구분하지 않고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부동산 정보 서비스의 경우,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인 2008년에 대형 업체인 미래에셋이 부동산114를 인수해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 KB금융그룹도 자체 부동산 서비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에선 SK그룹이 팍스넷을 운영하고 있고, 음원 분야도 최근 삼성전자가 도시락음악과 제휴해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있다”며 “네이버만 유독 ‘인터넷 골목상권’에 진출해 모든 것을 장악한다는 주장은 억울하다”고 밝혔다.
네이버 독과점 문제가 계속해서 논란을 불어 일으키자 네이버는 간담회가 개최된 지 닷새 후인 지난 7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터넷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은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중소·벤처 기업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본격적으로 해나가고 1000억 원(벤처 창업 지원 펀드 500억 원+문화 콘텐cm 펀드 5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검색에서 광고와 정보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고 잠재력 있는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내용이다. 김상헌 NHN 대표는 “10년 동안 이용자들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 앞으로 인터넷 선도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이번 안은 대략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이고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의 상생방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알맹이 없는 속빈 강정 대책”이라는 분위기다. 지난 간담회서 나온 중소업체들의 하소연에 관한 대책은 실질적으로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질은 검색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로 인해 피해 받고 있는 중소업체들의 대한 구제방안이나 개선책인데 실질적으로 나온 대책은 없었다”며, “이번에 네이버가 발표한 방안 중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과거에도 나왔었던 얘기다. 이번 방안에는 알맹이가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너도나도 네이버 때리기 가세…“견제 지나치다” 지적도
보통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과점 상황이라고 본다. 70%를 넘기면 독점으로 본다. 이 같은 논리에 맞추면 네이버는 인터넷 검색 시장을 완전 독점했다. 단일 사업자로 시장점유율 75%를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 산업이 그러하듯 독과점 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거나 높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시장의 독과점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기존 사업자의 투자여력을 감쇄시키기 때문이다. 2013년 5월 한국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72.8%, 다음이 21.3%, 네이트 1.6%, 구글 2.8% 등이다. 모바일 검색 시장도 같은 상황이다. 2011년 5월 54.8%의 모바일 검색 시장을 점유한 네이버는 2013년 1월에는 74%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모바일에서 네이버는 인터넷보다 훨씬 빠르게 ‘검색’ 독점을 공고히 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네이버의 높은 검색 점유율은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결과”라며, “인터넷은 회사 규모가 아니라 서비스의 품질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무한 경쟁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앱을 통해 바로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검색 점유율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모바일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게임을 할 때는 ‘카카오톡’을, 야식으로 치킨을 먹고 싶을 땐 ‘배달의 민족’ 앱을 켠다”며 “모바일에선 네이버가 1위 사업자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한편 일각에선 ‘언론과 권력층의 네이버 때리기’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언론사 및 중소언론들의 ‘네이버 때리기’ 협공 이면에는 사업적 동기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매일경제에 네이버 비판광고를 올린 ‘아시아 투데이’는 지난 5월 네이버 검색제휴가 종료됐다. 검색시장 70% 이상을 차지하는 네이버이기에 검색종료는 언론사 입장에선 인터넷사이트 트래픽률을 떨어뜨려 배너광고 유치 등에 큰 타격을 준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조･중･동･매 4개 신문이 비슷한 내용으로 십자포화를 퍼붓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며 “언론계 안팎에서는 ‘연합 전선’의 이면에 온라인 뉴스 유통망을 장악한 네이버를 압박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압력에 대해서는 박근혜정부가 ‘네이버 손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은 지난 달 9일 '온라인포털시장 정상화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발족, 포털 ‘네이버’ 규제작업에 본격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형 포털 사이트를 휘어잡기 위한 기 싸움이 벌어지곤 했다”며 “창조경제가 최우선 국정 과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인터넷 독점으로 문제가 된 네이버는 ‘좋은 먹잇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네이버 때리기는 척박한 인터넷 지식산업을 화전 일구듯 구축해 온 네이버로선 억울할 법도 하다. 네이버의 지식검색은 지식의 새 지평을 열었고, 지식의 유통구조를 바꿔 놓았다. 네이버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DB)는 2억~2억 5000만개로 추산된다고 한다. 한국인의 하루가 네이버로 시작되고 네이버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검색연구에 몰두해 온 네이버의 이런 행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크나 큰 업적이다.
IT업계 한전문가는 “구글이 왜 상생의 대표적 기업이 됐는지 앞만 보고 달려온 네이버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며, “정부가 9월 네이버법 관련 법안을 내놓을 텐데 네이버가 어떠한 구체적 상생방안을 갖고 대응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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