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서울 중구 엘더블유컨벤션에서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욕우유’ 파문으로 남양유업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매운동, 대표이사 대국민 사과 등 ‘乙(을)’의 반격이 심상치 않다.

남양유업 측은 오늘(10일) 오전 남대문경찰서를 방문, 대리점피해자협의회 측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을 취하하는 한편, 김웅 대표이사가 직접 본사 앞 집회중인 대리점주를 다시 찾아가 사과했다고 밝혔다.

또, 남양유업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대리점 자녀 장학금 제도, 반송시스템 재정비, 대리점 고충 처리 기구 설치 등의 상생 발전 방안을 오는 7월부터 시행하고, 대리점 영업 지원 기금 500억원은 즉시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이 일었던 음성녹취록에 대해 사과하고, 본사 영업사원들의 인성교육 시스템과 영업환경 대대적 재정비를 통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웅 대표는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해 인정하며, 이와 관련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개선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9일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전국유통사인연합회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1월 28일 일부 피해점주들로 구성된 대리점피해자협의회 측이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집회를 시작하면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는 음성파일이 온라인 상에 공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후 추가로 떡값을 받았다고 시인하는 음성이 공개됐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욕우유’라고 불리며 비난이 이어졌고,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였다. 또한 주가도 폭락했다.

그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남양유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까지 가졌으나, 대리점주 측은 “대국민 쇼”라며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또한 CU, GS25,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전국편의점협회가 성명을 통해 불매운동을 한다고 밝힌데 이어,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 한국시민사회연하회 등 150여개 시민사회·직능·자영업 단체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20일부터 불매운동을 전개한다는 입장이다.

‘빵회장’, ‘라면상무’, ‘욕우유’등 ‘갑의 횡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에 부담을 느낀 공정위 역시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행태 관련, 조사를 매일유업, 서울우유, 한국야쿠르트 등 유가공업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현대백화점이 전 협력사와의 모든 거래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으며, 신세계 백화점 또한 2001년부터 ‘갑’과 ‘을’대신 구매자와 공급자 또는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변경해 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9월 점포별 설치된 협력사 애로사항 해결창구 이름을 ‘고충상담센터’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주는 ‘힐링센터’로 바꾸고, 향후 강화된 방안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민정서에 반감하는 여러 사건과 맞물려 이번 남양유업 사태가 부각이된 것 같다”면서 “ ‘갑’과 ‘을’이라는 관계가 흐려지고 ‘을’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