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ss건축 양승규 대리

 

필자는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설계사무실에서 4년째 실무에 종사하고 있는 건축인이다. 설계사무실에 종사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AutoCAD의 시작화면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매일 수천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하루에도 수십 개의 dwg파일을 만들고 수정한다. 이렇든 AutoCAD는 건축인에게 매우 친숙한 도구이다. 개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거의 모든 건축인들에게 AutoCAD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건축인도 같을 거라 생각된다 - 짧은 나의 해외파견 경험에 미뤄보면 말이다.)
1998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처음 AutoCAD를 접하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10년이 넘는 기간을 AutoCAD와 함께해 온 셈이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나의 CAD인생(?)을 돌아보고자 한다. 나에게 첫 CAD였던 R14부터 최신 버전인 2010까지의 AutoCAD 버전 별 제품을 지나온 나의 건축여정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AutoCAD R14

1998년 대학 새내기 시절 많은 시간을 학과전산실에서 지냈다. 선배들과 네트워크 게임도 하고 학교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친구들과 대화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 건축과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는 CAD를 접하게 되었다. 1학년이라 아직 설계관련과목을 수강하고 있지 않았던 터라 CAD는 처음 듣는 생소한 프로그램이었다. R14에 기본으로 포함되어있는 sample중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3D 모델링이 있었다. 좀 우스운 이야기 이지만 그때 그 3D화면을 보고 나는 건축설계를 하기로 결심했다. 렌더링 화면도 아니고 WIRE FRAME으로 된 3D 모델을 보고 감격했던 그 순간 AutoCAD와 함께한 나의 건축설계인생인 시작된 것이었다.

 

AutoCAD 2000

 남들보다 먼저 CAD를 접하고 익히면서 좀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성을 느낀 뒤 오토데스크 공인 교육센터(ATC)에 등록하여 CAD수업을 들었다. 그 당시 다루었던 CAD가 2000이었다. 당시 공인인증시험 1,2급도 이 버전으로 응시하고 자격을 취득했었다.
알파벳 A가 크게 써있던 빨간색 아이콘 강렬했다.  14인치 CRT모니터에 휠 버튼도 없는 볼 마우스로 CAD작업을 해서 처음으로 설계과제를 CAD도면으로 제출했을 때 사용했던 버전이라 기억에 남는다.

 

AutoCAD 2002

군 제대 후 복학하여 대학졸업 후 학교에 와보니 전산실 CAD가 전부 2002로 바뀌어 있었다. R14, 2000모두 cover image가 빨간색이어서 AutoCAD는 모 콜라회사처럼 빨간색이 제품색상인줄 알았었다. 이 파란색의 CAD는 졸업할 때 나의 설계과제에 도움을 주었고, 졸업 후 첫 직장에서도 사용하게 되었다. 중간에 발표된 2000i버전은 2002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여 직접 다루어본 기억이 없다. 2002버전은 그에 비해 확 달라진 색상과 이젠 완전히 windows 프로그램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R13는 DOS전용, R14는 DOS/WINDOWS용으로 나누어 발매되었었다.)

 

AutoCAD 2005

 실무를 하면서 가장 오랜 기간 사용한 프로그램 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코하마 국제여객센터가 등장하는 시작화면은 매번 보아도 질리지 않았던 것 같다. 2004버전부터 메인 화면에 건축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2002에는 교각, 2004에는 경기장이 등장했다. AutoCAD 제품을 이용하여 디자인된 작품 중에서 우수한 것을 골라서 다음 버전 화면에 사용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이후로 새 버전이 발표될 때마다 어떤 건물이 등장할지 기다리는 재미 아닌 재미가 있었다.

 

 

AutoCAD 2008

2007년 정들었던 첫 직장을 떠나고 현재 재직중인 회사에 입사하였다. 새롭게 이직한 회사는 서브스크립션에 가입되어있는 덕분에 내가 원하는 버전의 CAD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 동안 정들었던 2005와 이별을 고하고 새롭게 2006, 2007과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2005와의 커다란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어떤 버전에도 적응하지 못하던 시기에 2008을 사용하게 되었다. 2006의 녹색과 2007의 파란색에 이어서 다시금 예전의 빨간색으로 돌아간 2008(물론, 흰 바탕에 빨간색 상자 하나이긴 하지만). 2006, 2007버전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새로운 버전의 강력함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었으나, 2008는 꽤나 좋은 성능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내가 애용하고 있는 버전이다. OMA가 디자인한 McCormick Tribune Campus Center가 꽤나 멋있게 보인다.

 

AutoCAD 2010

정체불명의 트윈타워가 커버를 장식하고 잇는 올해 발매된 최신 버전 2010. 아직 실무에서 사용해보진 못했으나 강력한 버전인 것은 확실하다. (물론 매년 ‘강력한’ 신 버전을 내놓고 있지만) 내가 새로운 CAD에 적응도 채 하기 전에 우리의 Autodesk는 계속해서 신제품을 쏟아냈다. AutoCAD 뿐만 아니라 MAX, REVIT도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지금껏 매년 새로운 버전을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평가판을 꼭 챙겨서 시연하곤 해 왔는데 계속해서 새 버전이 나오니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Autodesk에서는 전세계의 AutoCAD 유저에게서 수집된 피드백 정보를 통해서 새로운 버전에 탑재될 기능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을 테니, 내년에도 2011이라는 더욱 강력한 CAD가 등장하리라 본다. 이후에 새로운 버전이 발표 될 쯤에는 2010으로 프로젝트를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을 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기타. 나와는 인연이 없어서 설명되지 못한 LT버전들

2008버전부터 DVD CASE형태를 채용하면서 COVER디자인에 통일성을 주고자 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