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미션의 비밀

* 엔진 회전력이 바퀴에 전해지기까지

트랜스미션은 엔진에서 발생한 힘을 증폭시켜 바퀴에 전해주는 장치다. AT와 MT 두 가지가 있는데 각 기어단수마다 기어비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고, 여기에 최종감속비로 한 번 더 감속시켜 준다. 엔진회전수를 감속시키면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힘은 좋아진다. 지렛대 원리나 자전거의 기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트랜스미션의 원리를 알면 최고속도와 토크, 엔진회전수간의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의 중요부품이라고 하면 누구나 엔진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연료를 이용해 힘을 뽑아내는 엔진이 없으면 차가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엔진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변속기라고 하는 트랜스미션이다.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변속기의 구조나 기어배열 따위가 아니다. 변속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원리가 무엇인지부터 파헤쳐 보겠다. 변속기를 이해하면 자동차 메커니즘의 묘미에 더욱 깊이 들어갈 수 있다.

* 변속기의 원리

변속기는 크게 자동변속기(AT, Automatic Transmission)와 수동변속기(MT, Manual Transmission)로 나뉜다. MT는 사람이 기어를 바꿔주어야 하고, AT는 주행상태에 따라 트랜스미션이 자동으로 기어를 바꿔준다. AT는 자동으로 기어가 바뀔 뿐 기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AT 안에는 1단, 2단, 3단 같은 여러 단계의 기어물림이 있고, 각 단에서의 역할은 MT와 같이 엔진에서 생긴 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트랜스미션의 기능은 자전거 기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기어가 있는 자전거는 기어를 낮추면 발을 빨리 저어도 느리게 가고 대신 힘은 덜 든다. 반대로 기어를 높이면 조금만 빨리 저어도 속도가 빨리 오르지만 힘은 더 든다. 따라서 언덕을 올라갈 때는 힘이 덜 들도록 기어를 낮추고, 내리막이나 평지에서는 좀 더 빨리 달리기 위해 기어를 올린다. 이런 원리는 자동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언덕길에서 차가 힘이 부치면 기어를 낮추고, 내리막이나 평지에서 속도가 높아지면 기어를 올리면 된다.

그러면 트랜스미션은 어떻게 엔진에서 나오는 힘을 증폭시키는 것일까? 정답은 지렛대의 원리다. 엔진은 지렛대를 움직이는 긴 레버이고, 트랜스미션은 돌이 실린 짧은 레버라고 보면 된다. 트랜스미션의 구조를 단순화시켜 말하면 엔진 쪽에 작은 기어를 달고, 출력 쪽에 큰 기어를 달아서 엔진이 여러 바퀴 돌 때 트랜스미션의 출력축은 한 바퀴가 돌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엔진(크랭크축)이 두 바퀴 돌 때 트랜스미션 출력축이 한 바퀴 돈다면 이 변속기의 기어비는 2:1이 된다. 이 경우 트랜스미션이 10의 힘을 필요로 할 때 엔진은 5의 힘만 내면 된다. 지렛대 원리에 비유하면 무거운 돌이 실린 쪽보다 손으로 움직이는 레버가 두 배 길면 돌 무게의 반 정도의 힘만으로도 돌을 들어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 트랜스미션의 기어비가 3:1이라면 어떨까? 당연히 트랜스미션의 회전수는 엔진회전수보다 1/3로 줄어들고, 엔진에서 나온 힘(토크)은 3배로 증폭된다. '토크×회전수'로 계산되는 엔진출력 역시 변화 없이 타이어에 전달된다. 물리학의 유명한 법칙의 하나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자동차에서도 성립하는 셈이다.
따라서 기어비가 높을수록 타이어에 전달되는 힘은 커진다. 타이어는 같은 속도로 돌더라도 엔진회전수는 높게 된다. 3단으로 달리다 2단으로 바꾸면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면서 힘이 살아나는 것도 이런 이유다.

* 엔진 힘과 타이어에 전달되는 힘

그렇다면 기어비를 알고 엔진힘을 알면 타이어에 전달되는 토크를 알 수 있을까? 물론이다. 트랜스미션 기어비는 각 단수에서의 기어비와 최종감속비(final drive ratio)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최종감속비란 모든 기어단수에 공통적으로 작용되는 기어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1, 2, 3, 4, 5단의 각 기어비가 5, 4, 3, 2, 1이라고 하자. 그리고 최종감속비가 4라고 하면 1단의 실제 기어비는 '5×4'가 되어 20이 되고 4단은 4×4=16, 3단은 12 이런 식으로 구해진다.
엔진에서 생긴 힘은 트랜스미션을 거치면서 회전수는 기어비만큼 줄어들고, 힘(토크)은 기어비만큼 커진다. 이 관계를 이용해서 타이어에 전달되는 힘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예를 든 기어비를 그대로 적용하면, 엔진 토크가 10이라고 할 때 1단에서 타이어의 토크는 200, 2단에서는 160, 3단에서는 120이 된다. 즉 타이어 토크=엔진토크×기어비×최종감속비 의 관계가 성립한다.

* 엔진회전수와 타이어회전수

앞에서와 마찬가지 원리로 타이어회전수와 엔진회전수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차의 속도는 타이어의 회전수와 비례한다. 따라서 차의 속도와 엔진회전수의 관계를 알 수 있다. 공식부터 밝히면 타이어 회전수=엔진회전수/기어비×최종감속비가 된다.
앞에 나온 두 식을 서로 곱하면 타이어회전수×타이어토크=엔진히전수×엔진토크의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차의 속도는 타이어 둘레 길이에 타이어 회전수를 곱하면 구할 수 있다. 타이어 둘레는 타이어 반지름에 파이를 곱하면 되므로 단위를 맞춰 계산해보면,
'엔진회전수 = 시속[km/h] ×기어비 × 최종감속비/1.2π ×타이어반지름[cm] ×1,000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엔진회전수를 알면 곧 시속을 알 수 있고, 시속을 알면 엔진회전수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위 식을 뒤집어보면 속도계의 오차를 구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다.

시속[km/h] = 엔진회전수/기어비×1.2π ×타이어반지름[cm]/최종감속비 ×1,000
의 식에서 엔진회전수와 기어비만 바꿔 넣어 나온 결과와 계기판의 속도계를 비교하면 오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엔진회전수는 5천rpm에서 5천500rpm으로 10% 늘었는데 속도계는 150km에서 175km로 껑충 뛰어올랐다면 이는 고속에서 속도가 부풀려지도록 설계된 계기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계기판이 많았다. 이렇게 차종별로 데이터를 비교하다 보면 어느 메이커의 계기판이 정확도가 떨어지는지, 속도 부풀리기로 가속성능이 뛰어나다고 느끼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전자제어 엔진은 엔진회전수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연료를 차단한다. 이를 연료차단 회전수라고 한다. 앞의 공식에 연료차단회전수를 대입하면 각 기어단수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속도를 알 수 있다. 공식에서 알 수 있듯이, 각 기어단수의 최고속도는 기어비에 반비례한다. 최고단수의 기어비와 연료차단회전수를 넣으면 구조적으로 나올 수 있는 최고속도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메이커에서 선전하는 최고속도가 이렇게 구해진 수치를 넘는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아마 속았다는 기분을 참기 힘들 것이다.

타이어 반지름
타이어의 반지름을 구하는 공식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타이어 반지름 = ( 휠인치 × 2.54 / 2) + (타이어너비/ 10/타이너너비×편평률 /100)이 된다. 즉 195/60R 14인 타이어는 타이어 반지름[cm] =(14 ×2.54 /2) +(195 /10× 60/100 ) = 29.48cm가 된다. 승용차에 많이 쓰이는 타이어의 반지름이 30cm 정도 되는 셈이다. 승용차용 타이어는 여기서 10%를 벗어나지 않는다.

앞서 타이어 토크=엔진토크×기어비×최종감속비'라고 했다. 그렇다면 차체를 가속시키는 힘은 타이어 반지름과 관계가 없을까? 물론 상관이 있다. 토크=힘×작동반지름의 관계가 있으므로 타이어에 전달되는 토크는 타이어와 지면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타이어반지름을 곱한 값이 된다. 따라서 타이어가 노면을 박차는 힘×타이어에 전달된 토크/타이어반지름의 관계가 성립한다. 즉 타이어에 전달되는 토크는 같아도 타이어가 노면을 박차는 힘은 타이어 반지름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반지름이 작은 타이어를 끼우면 가속력이 좋아지고 큰 타이어는 힘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간혹 튜너들 중에는 휠과 타이어를 인치업하면서 전체 반지름을 약간 작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면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손대지 않고도 운전자는 같은 엔진회전수에서 파워가 좋아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

자료출처 : Art2000Inc